독일 산업계, 녹색 강철로 탄소 중립을 앞당긴다
2022-02-14 독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 박소영
- 무탄소 철강 사용과 녹색 공정을 통해 친환경 공급망 구축에 박차
- 국내기업, 녹색 공급망 구축 압박 속 정부 지원 활용 하에 적극 대응 필요
EU가 2019년 12월 그린딜을 통한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발표한데 이어 탄소 중립 기조를 더욱 강화해나가면서 독일 및 유럽 제조업계는 지속가능한 산업 공급망과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하는 도전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강철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독일 자동차 업계에서도 녹색 강철로 탄소 중립 목표를 앞당기고자 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는 재활용 강철을 사용하거나 저탄소 제련하는 철강기업에 투자하는 등 생산 공정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EU 및 독일의 탄소 중립 기조로 생산 공정에 ‘녹색 바람’
EU 집행위는 2019년 12월 ‘유럽 그린딜’을 통해 2050년까지 기후 중립 목표를 발표한데 이어 2021년 7월 2030년 탄소배출량 55% 감축(1990년 대비)을 달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패키지 ‘Fit for 55’와 더불어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최근 2022년 1월 5일 유럽의회 환경∙공공보건∙식품안전위원회(ENVI)는 EU집행위의 CBAM초안을 한층 강화한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이는 EU의 야심찬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감안해 적용 품목을 기존 시멘트·전기·비료·철강·알루미늄에서 수소·암모니아·플라스틱(폴리머) 등으로 확대하고 탄소배출량 산정 시 기존의 직접 배출량뿐만 아니라 전기·냉난방 등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소비되는 간접 배출량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 ETS 무상할당 기간도 기존의 10년(2026~2035년)이 아니라 4년(2025~2028년)에 걸쳐 단계별로 감축해 2029년부터 폐지하고자 한다. 전환기간도 EU 집행위가 애초 설정한 3년(2023.1.1.~2025.12.31.)보다 1년이 축소된 2023.1.1.~2024.12.31.(2년)을 적용해 2025년 1월 1일부로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유럽의회 환경∙공공보건∙식품안전위원회(ENVI)는 2월 중 논의를 거쳐 5월 보고서를 채택하고 6월 본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종 합의는 유럽이사회의 프랑스 의장국 임기가 만료되는 6월 30일 이전 도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EU의 탄소 중립 기조와 함께 독일 내부적으로도 2021년 1월 1일부로 도입된 탄소세*를 위시해 탄소중립을 위한 규제를 강화해 나감에 따라 제조업계는 ‘지속 가능한 산업 공급망과 가치사슬’ 구축해야 하는 도전과제를 안게 되었다.
주*: 2021년 1월부터 독일에서는 열(난방)과 모빌리티 분야에 탄소세(1t당 25유로)가 부과되고 있는데, 2022년 1월부터는 전년대비 5유로/t 인상된 30유로/t가 부과되며, 2025년까지 단계별로 55유로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이는 차량의 탄소배출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감축해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철 사용 비중이 높고 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자동차 업계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동차 업계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편,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철강기업과의 협업이나 지분 투자를 위시해 석탄을 연소시키는 대신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등 자발적으로 생산공정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독일 대표 완성차 기업 다임러/ 메르세데스-벤츠, 저탄소 녹색 강철로 탄소 중립 노력 박차
독일 완성차 기업 다임러는 2021년 5월 스웨덴 철강기업 H2 그린 스틸(Green Steel)의 지분을 사들였다. 2020년 설립된 H2 그린 스틸은 철광석 제련에 화석 연료가 아닌 수소를 사용하는 공정을 도입해 녹색 강철을 생산한다. H2에 따르면, 이는 기존의 제철 제조 공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1/20로 줄여준다고 한다. 이로써 다임러는 2025년 자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에 H2의 저탄소 강철을 사용해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다임러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세단의 절반은 강철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생산 시 CO2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동 사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단계로 H2그린 스틸에 투자한다고 밝히고 이 스타트업의 파트너로서 “우리는 빠르면 2025년부터 친환경 강철을 사용한 다양한 차량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2021년 9월 스웨덴 철강기업 사브(SSAB)와 계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저탄소 강철을 공급받기로 했다. 사브는 2016년 봄 세계 최초로 화학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무탄소 제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유럽 최대의 철광석 생산기업인 스웨덴의 LKAB, 독일의 에너지기업인 바텐팔(Vattenfall)과 합작하여 ‘하이브리트(Hybrit)’를 설립한 바 있다. 여기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브리트 기술을 이용해 철광석을 생산하게 되는데, 철강석에서 철 생산 시 열원으로 사용되는 점결탄과 코크스를 전기와 수소로 대체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감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9년 전체 가치사슬에 걸친 기후 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EU의 탄소 배출 목표보다 11년이나 앞선 것이 된다. 이 회사는 이런 이유로 ‘Ambition(야심) 2039’로 불리는 계획 하에 이미 연간 구매량의 85% 이상의 주요 거래 공급업체로부터 탄소 중립 제품만을 공급하기로 한다는 동의서를 받아냈다. 이외에도 부품과 소재에서 2차(대체) 소재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BMW 역시 파트너십 및 전략적 투자로 녹색 철강 공급 확보
2021년 3월 BMW 역시 자사 소유 벤처캐피털 BMW i 벤처스(Ventures)를 통해 미국 신생기업인 보스턴메탈(Boston Metal)에 투자 중이라고 전했다. 보스턴메탈은 석탄 대신 전기를 이용해 철광석을 제련하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으로 BMW의 CEO 칩제(Oliver Zipse)는 2021년 9월 뮌헨에서 개최된 국제 모터쇼(IAA Mobility)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자동차 제조기업이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 회사는 IAA에서 재활용 및 지속가능한 소재로만 제조된 차량 모델 ‘BMW i 비전 서큘러(Vision Circular)’를 선보였다. 이 소형차 모델의 차체는 도색하지 않은 재활용 알루미늄과 강철로 만들어졌고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곳은 플러그와 볼트로 연결돼 있어 차량 폐차 시 쉽게 분리해 재사용할 수 있다. 크롬 소재와 이중 프레임, 바, 장식 스트립 등은 생략되었다. BMW 로고는 금속에 레이저로 새겨져 있다. 현재 BMW 차량의 약 30%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 회사는 이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동 사의 이러한 친환경 철강 공급 노력은 혁신을 위한 파트너십으로 더욱 가시화되고 있는데 지난 2021년 10월 BMW도 스웨덴 스타트업 H2 그린 스틸(Green Steel)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업은 2025년부터 뮌헨에 기반을 둔 BMW에 수소와 친환경 전기로만 만든 철강을 공급할 예정이다. BMW는 이러한 노력 하에 CO2 배출량이 약 95% 감소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최근 2022년 2월 1일에도 BMW는 2026년부터 독일 니더작센(Niedersachsen)주에 소재하는 잘츠기터(Salzgitter) AG로부터 저탄소 철강을 공급받기로 계약했으며, 이 차량용 강판은 그 이후 유럽 BMW 전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 사는 잘츠기터와는 이미 5년 전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나오는 철판 폐기물의 재료 재활용에 관련 5년간에 이르는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잘츠기터는 차량 생산에서 남은 철강을 회수하여 새로운 철강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고 이는 다시 BMW로 전달되는 것이다. 2022년 1월 새로 부임한 구매이사 포스트(Joachim Post)는 이를 “공급 네트워크상 배출원에서부터 CO2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중요한 단계”라고 표했다. BMW는 2030년까지 유럽 공장에서 필요량의 40% 이상을 잘츠기터(Salzgitter)의 저탄소 철강을 소요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연간 최대 40만 톤의 CO2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MW는 이러한 노력 속에 2030년까지 CO2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50년 기후중립을 낙관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탄소 중립도 진행 중
수소를 활용한 혁신적인 제강 방법이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철강업계에서도 친환경 철강 개발의 움직임과 함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철강 생산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가장 큰 원천 중 하나로 독일 최대 철강기업 튀센크룹(ThyssenKrupp)이 수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 나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9년 11월 튀센크룹 제철소 내 설립된 수소 사용 관련 세계 최초의 테스트센터에서는 고로(高爐)에 수소를 주입하는 첫 테스트가 이뤄졌다. 이후 튀센크룹은 수소 에너지 사업에 전격적으로 뛰어 들며,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9년 동 사는 총 2,300만 톤의 CO2를 배출했다. 이는 독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거의 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튀센크룹은 장기적으로 CO2 배출이 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출발해 핵심 요소로 부상하는 수소에 관심을 갖고 잠재적으로 무탄소 소재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하는 녹색 수소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산업용 원료로, 연료 전지용 연료로, 합성 에너지로도 활용 가능성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튀센크룹은 한편으로 알칼리 수전해 분야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산업 응용 분야를 위한 기후 중립 공급 기술을 개발하며, 녹색 수소 경제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 중립적인 철강 생산을 위해 노력 중이다. 동 사는 수소를 활용해 자체 철강 생산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기후 중립적인 철강만 생산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완전 기후 중립을 달성하고자 한다.
동 사는 현재 유럽 차원의 IPCEI(유럽 공동의 이익을 위한 중요프로젝트, Important Project of Common European Interest) 차원의 수소산업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을 위시한 여러 파트너와 함께 진행 중이며 특히 대규모 공정의 무탄소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시멘트, 연료, 메탄올 등을 생산하고자 한다. 이에 독일 정부 역시 무탄소 제철 공정을 위해 철강석 사용을 줄이고 녹색 수소를 사용하는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격 지원**하고 있다.
주*: 동사는 2007년 네덜란드의 ‛미탈 철강(Mittal Steel Company)’과 룩셈부르크의 ‛아셀로(Arcelor)’의 합병으로 설립된 세계 제2의 철강기업으로 본사는 룩셈부르크에 소재한다.
주**: 지난 2021년 9월 독일 전임 환경부 슐츠(Svenja Schulz) 장관은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의 함부르크 녹색 철강 공장에 5,500만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로셀로미탈은 이를 통해 2025년 녹색 강철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 사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 톤 규모의 녹색 강철을 생산해 매년 80만 톤의 CO2를 절감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2021년 12월 13일 미국 산업용 가스 공급 기인 에어 프로덕츠(Air Products)는 튀센크룹과 사우디아라비아 첨단 신도시 네옴(Neom)에 세워질 2GW 전기분해 플랜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세계 최대 그린 수소 프로젝트 중 하나로, 튀센크룹은 20MW 알칼리 수전해 모듈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조달, 제조하게 된다. 생산된 수소는 탄소 중립 암모니아로 합성되며, 에어 프로덕츠는 이를 전 세계 시장에 독점 수출하게 된다. 공장 가동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와 같이 튀센크룹이 전략적 파트너인 에어 프로덕츠의 기술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은, 기술·엔지니어링 및 프로젝트 수행에서 상호 간의 강점을 활용하여 녹색 수소 생산 시설을 개발하기 위해 두 기업이 노력한 공동의 노력의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탈탄소화를 지향하는 녹색수소경제의 선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 속에 머지않아 독일 최대 철강기업인 튀센크룹은 수소기술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기업에도 녹색 공급망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
현재 독일에서는 이와 같이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녹색 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자동차를 위시한 주요 산업 분야 내에서도 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하거나, 공급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수소 공급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주*: 수소 관련 프로젝트 정보와 EU 역내 입찰 정보는 각각 아래 사이트를 참고로 할 수 있다. www.wasserstoff-leitprojekte.de, https://ted.europa.eu/TED/browse/browseByMap.do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는 몇몇 선도 기업이 선도적으로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철강 공급업체와 협력하거나 납품 기업을 포함해 전체 가치사슬 내 무탄소 또는 CO2-free 제품을 공급받고자 하는 등 환경친화적인 공정 구축을 통해 탄소 중립 목표로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철강으로의 전환 추세와 더불어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을 활용한 녹색 강철 개발을 진행 중에 있으며, 현대제철 역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수소 생산에 역량을 집중해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기업 차원에서는 다양한 생산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협업 네트워크 구축과 더불어 공동 기술 개발이 중요할 수 있고 이에 편승해 PEM 수전해 스택, 열관리 시스템, 전력 변환기, 연료개질기, 공기 공급 장치, 열관리 시스템, 전력 변환기 등 수소 생산 시설 주요 부품*의 신규 진출도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차후 철강 산업을 위한 지속 가능성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협업 역시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일 것이며, 글로벌 녹색 바람에 편승해 선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주*: 수소경제 관련 세부 동향 및 진출전략은 KOTRA 심층 보고서 ‘주요국 수소경제 동향 및 우리 기업 진출전략’ 참고 요망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일부 선도 기업이 탈탄소화 노력과 더불어 RE100 * 등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확대해 나가며, 장기적 차원에서 밸류 체인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BMW를 위시한 일부 자동차 기업은 납품기업에도 계약서·협약서 등을 통해 명시적인 납품요건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를 요구하며, 녹색 공급망 구축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 ‛RE100’이란 기업이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리더십 이니셔티브로 2022년 2월 초 기준 약 34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참여기업은 2050년까지 기존 소비 전력을 재생에너지 전략으로 단계적으로 전환(2030년 60% → 2040년 90% 이상)하게 된다. 한국 기업은 총 14개로 집계된다.
이에 따라 보다 많은 독일 및 EU 제조기업이 앞으로도 가치 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기후 중립적인 방식으로 생산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다수 OEM 기업은 녹색 공급망 구축을 명목으로 거래 중인 국내 기업에 2025∼2026년 CO2 배출량을 약 60∼70% 감축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특히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에도 예외가 아니며, 완성차 기업의 탄소 중립 요구에 동참하지 않으면 차후 납품이 거의 불가해질 수도 있다. 독일 진출 국내 자동차부품 기업 D사 담당자는 “거래 기업별로 차이는 있으나 2021년 이미 RE100 또는 지속가능성 표준(Sustainability Standard)을 갖추거나 별도 탄소 감축과 관련된 납품 기준에 대한 서명을 요구하는 요청을 받았으며, 기업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원 사용을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나 2025년까지 100% 달성은 불가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또 한 중소기업 H사의 경우, “아직은 대응을 위한 시간이 있는 상황이라 서명 요청에 응하긴 했으나 톤당 55유로에 달하는 CO2 Certificate(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해 프로젝트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도 기업 마진 손실이 커 대응에 고심 중이며, 기업 자체의 대응으로 불충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중이 여전히 낮고 전력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실제 이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주*: 연합뉴스가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정보프로젝트(CDP) 위원회가 2022년 2월 7일 발간한 ‘RE100 2021’ 연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외 RE100 가입 기업 53개사 중 27개사(51%)가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았다고 한다. 주요 이유로 조달 방법의 부족과 규제 장벽 및 공급이 제한적 또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러한 정황을 살펴볼 때 RE100이 새로운 납품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리스크가 큰 상황이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 대응이 쉽지 않아 수출 애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수출 기업의 경우 RE100에 참여해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서 밀릴 우려가 부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사거나 한전에 녹색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방법을 언급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 연합뉴스에 따르면, 물론 “2021년 한국에서도 RE100(K-RE100) 제도를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녹색 프리미엄제,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직접 구매, 제3자 전력구매구매계약(PPA), 지분투자, 자가발전 등의 이행 방안을 마련”한 바 있으나 기존 전기 대비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제한적이며,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여전히 기업들의 어려움이 잔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발전사와 소비자가 직접 전력거래 계약을 할 수 있는 PPA 제도를 위시해 기업 비용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한다.
주요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망의 탄소 중립화가 차후 새로운 수출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부담을 다소 완화할 수 있는 정부의 심도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기업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 자세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산업계의 친환경 녹색 공급망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한 공동의 노력 속에 녹색성장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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