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전기차 배터리, R-ESS란?
- 생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으로 이뤄지는 전기차 -
- 생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으로 이뤄지는 전기차 -
탄소 감축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은 전기차. 이미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내연 기관차 생산을 접고 앞으로 친환경 차량만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2년 2월말 기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24만 1,182대로, 2020년 말(13만 4,962대) 대비 78.7% 증가했습니다. 1만 855대에 그쳤던 2016년 말과 비교하면 22배 넘게 성장한 셈이죠.
하지만 전기차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재활용 문제입니다. 전기차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10년이 넘어 이제 내구연한에 따라 2030년에는 전기차 폐배터리가 10만 개 이상 배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죠. 전기차 배터리의 사용 주기는 보통 7~10년인데요, 이 정도가 지나면 주행거리가 감소하고 충전속도가 저하돼 교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전기차 폐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
전기차 폐배터리들. © 한국환경공단
자동차용 폐배터리는 건전지처럼 일반 쓰레기와 분리해서 버려야 합니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의 금속류와 폴리머 전해질로 구성되어 있어 토양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고 소각할 경우에는 유해가스를 방출하거나 심지어는 폭발할 위험성도 있죠. 따라서 폐배터리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친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샀는데, 10년 뒤에 환경을 오염시킨다면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말겠죠.
우리 정부는 대안으로 사용 후 전지를 폐기하지 않고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가 수명이 다했다고 해도 아직 그 내부에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남아 있기 때문에,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년~최대 10년까지 활용이 가능합니다. ESS는 이런 잔여 용량을 이용합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는 것을 리유즈(reuse) ESS, 즉 R-ESS라고 합니다. R-ESS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방식으로 R-ESS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다용도 R-ESS, 전기차 생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으로!
역시나 가장 두드러진 건 R-ESS를 재생에너지와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폐배터리 모듈을 여러 개 묶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만든 다음,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잉여 전력을 저장하면 나중에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전기 공급을 안정화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한국수력원자력 및 OCI와 업무 협약을 통해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를 태양광 발전시스템에 접목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수상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에 3GWh급 규모의 재사용 ESS를 연계할 계획입니다.
건설현장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R-ESS. © sk 에코 플랜트
우리 정부도 ‘풍력연계형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 역시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R-ESS를 풍력발전 설비와 연계,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시스템을 제주에서 개발·실증합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차량에 썼던 장비이기에 안정성이 보장되고 적재하기도 편리해 필요에 따라 언제든 이동·설치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데요, 이를 활용해 건설 현장에서 ‘움직이는 배터리’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건설현장은 야간에는 전력소모량이 적은 반면, 낮에는 타워크레인, 화물운반장비(호이스트) 등 각종 작업에 필요한 장비 운영으로 전력소모가 많습니다. 따라셔 현장에 R-ESS를 연계한 전력공급시설을 운용하면 심야 시간대 외부의 잔여 전력을 저장해 다음 날 피크 시간인 오후2~4시에 장비를 쓸 때 전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R-ESS 활용을 통해 기대되는 연간 피크 시간대 전기 사용 절감량은 약 11만 6,800kWh/년으로 약 51.7톤(tCO2e, 온실가스 톤)에 달하는 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심야 시간대 전기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건설 현장의 전기 요금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죠. SK에코플랜트와 SK온은 국내 최초로 건설현장에 ESS를 연계한 전력공급시설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약 1조 6,000억 원이며, 2030년에는 약 20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우리나라는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관련 규제 개선과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생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으로 이뤄지는 전기차야말로 정말 친환경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