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로 하늘을 나는 전기 비행기 ‘앨리스’
2022년 9월 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모지스 호수 상공에서 시험 비행에 성공한 전기 여객기 앨리스 © Eviation
비행기는 세계를 하나의 마을로 만들었지만 엄청난 탄소를 내뿜어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비운의 운송수단입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킬로미터를 이동한다고 했을 때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285그램입니다. 이는 버스(68그램)의 4배, 열차(14그램)의 20배에 달하는 수치죠. 비행기로 이동하는 거리가 단거리일수록 더욱 낭비가 됩니다.
그렇다고 비행기가 없던 시절로 되돌아가기는 어렵기에, 비행기를 친환경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모든 이의 오랜 염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반가운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바로 전기차처럼 배터리로 하늘을 나는 전기 비행기가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한 것입니다.
시험 비행에 성공한 최초의 전기 비행기 ‘앨리스’
비행에 성공한 전기 비행기 ‘앨리스’ © Eviation
그 주인공은 바로 항공업계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이스라엘 항공 스타트업 이비에이션이 개발한 전기 항공기 ‘앨리스’입니다. 앨리스는 조종사 2명과 승객 9명을 태울 수 있는 상업용 여객기를 목표로 개발되었습니다. 전기 자동차에 적용하는 배터리 기술이 도입돼 30분 충전으로 1시간 동안 최대 815㎞를 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죠. 최대 속도가 시속 462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여객기인 보잉 737 기종이 시속 946킬로미터이니까 대략 절반 수준입니다.
앨리스는 지난 9월 27일 미국 워싱턴 모지스 호수 상공에서 첫 시험 비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약 1,060미터 고도까지 상승해 8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다시 활주로에 안착했죠. 전기 항공기로 시험 비행에 성공한 것은 엘리스가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현재 앨리스는 3가지 형태로 개발 중인데요, 출퇴근 목적으로 승객을 9명까지 태우는 기본 항공기와 함께 승객을 6명으로 줄이고 개인 공간을 더 넓힌 고급 전용기, 화물을 최대 1,200킬로그램까지 실을 수 있는 화물기가 있습니다.
앨리스를 개발한 이비에이션은 전기 항공기를 통해 유지 보수 관리나 운용 면에서 같은 등급의 기존 항공기보다 비용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7~10년 안에 승객 20~40명을 태울 수 있는 기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전기 항공기, 상용화되려면?
배터리 용량과 효율 개선이 관건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지금의 거대한 여객기와 비슷한 수준의 전기 여객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선 아직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배터리 효율 개선이죠. 현재 20인 이상 많은 승객을 태우고 세계를 여행하려면 무게만 3톤이 넘는 배터리가 들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기술로는 100인 이상을 태운다면 사실상 배터리 무게와 유지보수 때문에 운행 자체가 어려운 것이죠.
앨리스는 본격적인 여객용으로 운용하기에는 아직 작습니다. 배터리의 용량과 효율 개선이 가장 시급합니다. © Eviation
또 예비 연료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현재 항공기는 바로 착륙할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공항 위를 30분 정도 선회할 수 있도록 추가 연료를 탑재해야 합니다. 비상시에는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대체 공항에 도달할 수도 있어야 하죠. 이런 문제를 탑재한 배터리로만 해결하려고 한다면 실제 비행 가능한 거리는 더욱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제청정교통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 ICCT)에서는 전기 항공기의 미래가 결국 배터리 개선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기 항공기가 항공 부문 탄소 감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가 4배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리튬이온배터리를 넘어선 새로운 유형의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언제나 그랬듯이 미래의 기술 진보가 이런 과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요? 앨리스의 첫 발자국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