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기술 R&D 투자 현황 - 앞으로는 ‘기후기술’이다! ① -
맹미선 칼럼니스트
지난 2021년 8월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우려를 낳았습니다. 인류의 활동이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지금 당장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최근 인간의 활동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지구의 환경을 바꾸고 있다며,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시점이 3년 전 예측에 비해 10년이나 앞당겨졌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아직 시작일 뿐입니다. IPCC는 3개 부문으로 나누어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작년에 발표된 보고서는 ‘기후변화과학’을 다룬 1그룹의 보고서로, 최근 ‘영향 적응 및 취약성’을 다룬 2그룹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기후변화완화’를 다루는 3그룹의 보고서가 4월 발표되면 9월 열리는 IPCC 57차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종합 보고서가 승인됩니다. 이번에 발표된 영향 적응 및 취약성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는 극한 기온과 강수량 변화가 크게 일어나 식량 및 물 위기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해안 도시에는 홍수가 빈발하고 사람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어린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질환이 증가할 가능성을 비중있게 다룬 점이 눈에 띱니다.
이처럼 전 인류의 문제로 부상한 기후위기에 대응해 기업들도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수록,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후 기술’에 대한 기대와 기회도 커진 것입니다. 글로벌 회계 법인 PwC의 2021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기후 기술 스타트업은 3,000여 곳에 이르며 이 중 78곳이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작년 한 해 ‘기후 기술’에 관한 국내외 동향을 훑으며 주목할 만한 국내 사례를 살펴봅시다.
2013~2021년 상반기까지 기후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추이 분석 그래프.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한 투자액이 2021년 상반기에 두 배 이상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pwc 기후기술="" 보고서="" 2021="">에서 발췌. © PwC
매년 전 세계 기후 기술 투자 동향을 분석·발표하는 PwC는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의 기후 기술 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0%나 많은 875억 달러(약 105조 4,000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운송 효율을 높이거나 전기차·배터리를 개발하는 모빌리티·운송 분야에 전체 투자액의 61%(580억 달러, 약 70조 원)이 투입됐다고 해요.
이처럼 2021년 상반기 기후 기술 투자액은 전체 투자액의 14%를 차지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 모터스,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 외에도 제2의 비욘드미트라 불리는 네덜란드의 대체육 기업 모사 미트 등 새로운 기후 기술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민간 기업의 투자금을 자본으로 삼는 미국·유럽 등과 달리 우리나라 연구개발(R&D)은 대개 국가 주도로 이뤄집니다. 2021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EU 차원에서 진행하는 R&D 사업 예산(955억 유로, 약 128조 8000억 원으로 매년 18조 원 수준)보다 2020년 한 해 우리나라 국가 R&D 예산(23조 8803억 원)이 많을 정도니까요.
대표적인 기후 기술 육성 정책으로 2021년 4월 발표된 ‘탄소중립 기술 혁신 추진 전략’을 들 수 있겠는데요, 석탄 발전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2050년 대한민국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견인할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0대 핵심 기후 기술을 선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 것입니다.
2016~2020년 국가 기후 기술 R&D 투자 추이 그래프 및 2020년 기후 기술 R&D 수행 주체 차트.
과제 대부분을 중소기업, 정부 출연 연구소, 대학이 맡아 진행했습니다.
<2020 기후 기술 국가 연구 개발 사업 조사‧분석 보고서>에서 발췌. © 녹색기술센터
2020년 국가 R&D에서 기후 기술 투자 비중은 전체 예산(23조 8803억 원)의 12.8%(3조 494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중소기업, 정부 출연 연구소, 대학의 연구원이 4분의 3 이상(75.6%)의 과제에 참여했으며 전체의 70%가 기초‧개발 단계의 과제였습니다.
탄소 배출 감축 부문에서는 세계 추세와 비슷하게 전기차 배터리 기술과 도로 교통 체계 개선, 지능형 교통 체계 구축 등 수송 효율화를 위한 기술 투자가 주를 이루었으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원자력 발전 관련 기술 투자도 상당 규모로 진행되었습니다. 적응 및 융복합 부문에서는 작물 생산을 안정화하거나 생산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기술 투자가 많았습니다.
▶ 일상에서 에너지를 생산한다?! ‘투명 태양 전지’ 앞으로는 ‘기후기술’이다! ②
* 연관콘텐츠
CES 2022에서 선보인 기후기술들(1)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33710476
RE100에 가입한 한국 기업들 ① RE100이 뭐길래?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56781550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새로운 태양광 시장을 열다 - 미국 태양광 패널 솔루션 기업 오로라 솔라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552453207
『탄소중립, 지구와 화해하는 기술』 서평 ② 수소·태양광 등…탄소중립 달성 열쇠 쥔 과학 기술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437119857
※ 참고 자료
PwC, 《PwC 기후기술 보고서 2021》(요약본)
녹색기술센터, 《2020 기후 기술 국가 연구 개발 사업 조사‧분석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