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에서 만난 AI 융합 ‘다이브인’...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달 7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선 세계 최대 정보통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가 열렸습니다.
미국에서 열리는 CES는 최신 첨단기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자리라고 할수 있는데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 CES에서도 단연 화두는 인공지능(AI) 기술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CES 주제는 ‘다이브 인(Dive In)’이라고 해서, AI가 로봇이나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과 어떻게 융합이 되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CES 2024가 AI 기술 자체를 조명했다면, 올해는 AI가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됐는지 집중했다고 보면 됩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다르게 확연히 AI 기술이 각 분야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는데요. 첨단산업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인 자동차, 오디오, 헬스케어, 미용기기 등 전 분야에서 AI 기술이 활용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미래에 AI 기술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09년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당시의 휴대전화 트렌드였던 피처폰을 완전하게 대처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스마트폰과 피처폰은 공존할 거라는 전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빠르게 대체했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디지털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AI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나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AI시대가 도래하면 오픈 AI의 ‘챗 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 거대 생성형 AI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것처럼 거대 생성형 AI보다 크기는 작지만 각자의 분야에 특화된 수 많은 작은 생성형 AI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AI 생태계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성능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2030년만 되면 우리가 AI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거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전기 먹는 하마’ AI
하지만 AI 시대는 ‘공짜로’ 도래하는 것은 아닙니다. AI 산업의 가장 큰 장애물이자 가장 큰 투자가 필요한 부분은 바로 전기 입니다.
똑같은 컴퓨터를 사용해도 AI는 일반 알고리즘보다 전기를 10배 더 사용합니다. 구글에서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약 0.3Wh(와트시)를 사용합니다. 반면 챗 GPT로 동일한 단어를 검색하면 약 2.8Wh를 사용합니다.
이 같은 차이는 알고리즘의 차이가 있습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시스템은 사용자가 검색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에 적합한 웹페이지를 찾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반면 챗 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답을 스스로 찾아내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처리하는 데이터 수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챗 GPT 등 생성형 AI에 초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려면 10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필요합니다. 이 규모가 어느 정도이냐고요? 쉽게 생각해 원자력발전소 1기의 전력 생산량은 약 1GW 규모입니다.
즉, 생성형 AI에 LLM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무려 원자력발전소 10기가 필요한 셈입니다. 당장 원자력발전소 1기를 설치하는데 수많은 비용과 시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원자력발전소 10기 이상이라니, AI 시대는 공짜로 도래하는게 아닌듯 싶습니다. 비용도 1GW에 40조원이니 총 400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발전소만 짓는다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전기를 보낼 송전소와 변전소, 배전단과 변압기도 증설해야합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재에 설치된 변압기 용량의 134%를 증설해야 2029년 국내에 들어서는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 AI모델은 글자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음성 등 멀티미디어를 입력하고 생성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텍스트보다 많은 데이터처리를 하게 되면서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하게 됩니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전력 인프라 시급
이 막대한 규모의 전력을 오늘날 전력 시장에서 발생하는 전기로 공급하는 게 가능할 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당장 신재생에너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물론 태양과 바람 등 자연에서 무한히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매력적인 선택지이긴 합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순 없습니다.
AI를 위한 데이터센터는 24시간을 가동해야합니다. 단 1초라도 정전이 발생하면, 복구가 힘들 정도로 큰 손실이 발생합니다. 태양이 뜰 때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바람이 불 때만 전력을 생산하는 풍력만으로 데이터센터가 원하는 양질의 전력을 충당하긴 어렵습니다.
결국 다른 대안은 원자력입니다. 원자력은 대규모로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고, 전기 공급 안정성도 우수합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이나 유럽 등 AI 시대를 선도하는 선진국들은 저물어가던 원전 산업을 중흥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1월 이날 신규 원전 건설, 기존 원전 재가동 및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난해 100.6GW 수준인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300GW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10년 이내에 35GW 규모의 신규 원전을 가동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습니다.
프랑스 역시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8기를 추가로 짓는다고 발표했는데요, 불과 3년 전인 2022년에 신규 원전 6기를 2035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총 14기의 원전이 프랑스에 새롭게 들어섭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하면서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새롭게 건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 비해 부족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들어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들어서면서 디지털 환경에 어느 나라보다 잘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국가일수록 글로벌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하는 게 곧 국가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오늘날 필요한 건 AI 인프라를 빠르게 갖추는 것입니다. AI 인프라 중 하나는 전기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우리나라가 하루 빨리 전력망을 확충해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모두가 협력할 때입니다.
김범수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