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반드시 필요한 송전망 확충
▲ 일론 머스크(Elon Musk)
송전망 확충, 발전량 늘리는 것 만큼 절실
“2025년이 되면 인공지능(AI)을 위한 충분한 전기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이야기인데요. AI시대를 맞아 ‘전력 수급’이 첨예한 이슈로 떠오르며 송전망* 현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송전망 :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변전소로 보내거나, 발전소나 변전소에서 필요한 곳으로 전기를 공급하는(배전) 전선의 모임.
우리는 지금 AI 시대로 나아가고 있지만, 당장 폭염과 건조한 기후로 인한 빈번한 화재, 가뭄으로 인한 식량 부족과 집중 호우 등의 기후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기도 하죠. 전력을 확보하면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 제로, 즉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CFE’가 되어야 합니다.
CFE란 Carbon Free Energy의 약자로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무탄소 에너지’를 말합니다. 그래서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화력발전소를 수력·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것이죠. 전력 수급의 안정성과 효율로 볼 때 발전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AI 시대의 성패는 결국 ‘전기’에 달려있다”는 말에는 전력 수급 문제뿐 아니라 탄소 중립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이슈도 함께 담겨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력망 현대화에 한창인 미국, 우리나라도 획기적 대처 필요
이처럼 전력 사용량 급증이 예상되는 미래에 탄소중립의 목표까지 달성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전력 수급을 위한 ‘전력망 현대화’입니다.
전력 수급은 충분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그 전력을 각 수신처에 차질 없이 보내는 모든 과정을 포함합니다. 그러니 전력 수급 문제에는 노후화된 송배전망, 전력계통 포화(발전 설비량이 전력 계통 수용 용량을 초과하는 현상) 문제 등 전력 발전부터 배전까지 통틀어 각 단계마다 여러 사안이 잇따르게 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력망 현대화 계획이 한창인데요. 미국 백악관은 지난 5월, 연방정부와 21개 주(州)정부가 전력망 현대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노후화된 송전선을 고압선으로 교체해 송전 용량을 늘리는 게 핵심인데요. 송전선을 새로 건설하는 주에 연방정부는 연방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하게 됩니다. 현재 미국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늘리고 있지만 이를 받쳐줄 전력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보다 효율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전력망 교체는 필수적인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Joe Biden)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인구와 주요 산업 시설이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그에 반해 대형 발전소는 냉각수가 필요한 특성상 주로 해안가 인접 지역에 분포해 있어 장거리 송전망으로 전기를 송출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역시 설치 여건이 좋은 호남과 경남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전력 수요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전문가들로부터 전력망 대규모 확충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송전망 확충 없이는 발전소 설립도 무용지물
최근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년부터 2038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급 밑그림을 그린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하 ’전기본‘)을 살펴보면. 2030년에는 전력 수요가 202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전력 수요와 발전 설비 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대형 원전(4.4GW), LNG 열병합발전(2.5GW), SMR(0.7GW) 등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양대 축으로 발전량 증량 계획을 발표하였는데요.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무탄소 에너지원의 비중은 2023년 39.1%에서 2030년 52.9%를 거쳐 2038년 70.2%까지 늘게 됩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정동욱 중앙대 교수)은 "11차 전기본의 성공 여부는 전력망 확충에 달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력수급 계획에 이어 6개월 이내에 국가 송전망 확충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면서 전력망 확충에 관한 입법 역시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에는 1~3년이 걸리는 데 비해 송·변전설비 건설은 최소 6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전력 수요 폭증 시기가 도래한 이때, 관련 업계에서 전력망·송전망 확충이 절실하다는 이야기가 왜 속출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