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성형 AI인 챗GPT를 이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놀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당장 카카오톡을 열고 친구들 프로필을 보면 최소 한 두명은 자신의 이미지를 일본의 애니메이션 기업인 지브리나, 미국 애니메이션 풍으로 변환한 그림을 볼 수 있죠.
유행에 뒤쳐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세에 따라 스스로의 이미지를 캐리커처로 변환해봤습니다. 한번으로 만족하지 못해 ‘좀 더 익살스럽게 강조해 달라’고 명령어를 입력하니, 챗GPT는 곧잘 명령을 수행합니다. 결과물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생성형 AI로 이미지를 만드는 재미에 빠지다 보니 이것저것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봤습니다. 불필요한 작업이지만 신기한 감정과 호기심이 합쳐지니 불필요한 작업도 중독이 됩니다.
“지브리 이미지 생성, 전기를 얼마나 쓸까?”
그러던 중 이 같은 생성형 AI로 지브리 이미지를 만들 때마다 숲이 사라진다는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불필요한’ 이미지 생성 작업으로 인해 수많은 전기가 낭비되며, 전기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늘어난다는 기사입니다.
왠지 마음 한켠 죄책감이 고개를 들곤 합니다. 가뜩이나 예년보다 빠르게 더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기후 온난화에 기여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챗GPT의 전기 사용량을 간략하게 수식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지브리 이미지 한 장 = 네 번의 호흡]

생성형 AI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것은 사실 입니다. 하지만 그 ‘막대함’이 어느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생성형 AI의 전력 소모량에 대해 과장이 들어갔다고 지적합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도 최근 “사람들이 챗GPT 이미지를 좋아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지만 우리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녹아내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GPU가 녹을 정도로 막대한 전력이 쓰인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지브리 이미지 생성 같은 유행으로 챗GPT를 많이 사용할수록 물론 전력 소모량은 늘어나겠지만, 오픈AI의 입장에선 오히려 더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바이럴 마케팅’ 효과는 물론 구독을 통한 수익 증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대중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챗GPT 모델은 ‘4o’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한 장을 생성할 때 걸리는 모델 추론 시간(T)는 약 3초 입니다. 그리고 추론 시 필요한 평균 전력량(P)는 약 300W입니다.
그리고 지브리 스타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GPU는 1개 입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의 효율 계수(E)를 적용하면 이미지 한 장당 0.00035kWh의 전기가 필요한 셈 입니다.
또 이 전력량을 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0.1575gCO₂e 입니다. 전력 소비량을 탄소 집약도를 곱해 탄소 배출량을 측정했지만, 구체적인 수식은 편의상 생략하겠습니다.
[지브리 이미지 한 장 = 스마트폰 1분 충전?]
자, 그러면 생성형 AI로 지브리 풍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0.00035kWh의 전기가 소모됐습니다. 또 0.1575gCO₂e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고요. 이 수치만 보면 어느 정도로 전기가 쓰였는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쉬운 예로 비교하겠습니다.
스마트폰을 10분 충전하는데 필요한 전력량은 약 0.005kWh 입니다. 지브리 이미지를 약 14장을 생성한 것과 같습니다. 또한 이메일 1통을 보내는 데 약 0.0002kWh가 필요합니다. 지브리 이미지 1장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유튜브로 영상을 1분 시청하는 데 약 0.01kwh의 전기가 필요합니다. 지브리 이미지를 28장을 만들 수 있는 전력량 입니다.
생각보다 전기가 많이 쓰이진 않죠? ‘전기 먹는 하마’라고 낙인을 찍는 것은 일종의 AI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도 있는 듯 합니다. 또한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도 섞여있고요.
앞서 말한 대로 AI로 이미지 한 장을 생성하는데 0.1575gCO₂e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성인 한 사람이 한 번 숨 쉴 때 약 0.04gCO₂e라는 점에서 큰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숨 네 번 내뱉는 것과 지브리 이미지 한 장 만드는 것과 같은 셈입니다.
[질문은 괜찮고, 그림은 부담일까?]
AI를 통한 이미지 생성이 아닌 질문과 답변은 더 적은 전력량이 소모됩니다. 10자 이내의 짧은 질문의 경우 전력 소비량은 0.00004~0.00010kWh 수준 입니다. 200자 정도의 긴 질문의 경우 0.0005~0.0020kWh의 전기가 필요하면서, 이미지 생성시 필요한 전력량보다 앞서기 시작합니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비싸지는 구독료]

물론 챗GPT의 사용자가 올해 4월 기준 주간 활성 사용자(WAU) 약 5억명을 돌파하면서 이들이 사용하는 전기를 합치면 어마어마한 수준이긴 합니다. 한 명의 챗GPT 사용은 날숨 네 번 정도의 에너지지만, 네 번의 날숨이 수 억배 모이면 무시하지 못할 탄소 배출이 되죠.
이 때문에 오픈AI는 꾸준히 유료 모델을 개발하는 상황입니다. 당장 전 세계 수 억명의 사용자들의 챗GPT의 사용으로 소모한 전기 비용은 대부분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몫 입니다. 이 때문에 오픈AI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자 유료 모델을 적극 출시하는데요.
현재 무료로 사용한다면 가장 많이 쓰이는 ‘4o’ 모델조차 일일 사용 제한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20달러의 플러스 등급만 구독해도 충분했는데, 오늘날 고차원적인 분석과 추론 등이 필요한 ‘심층 리서치’를 넉넉하게 이용하려면 적어도 200달러의 프로 등급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단순히 ‘이미지 생성 놀이’를 한다면 무료 버전도 충분하지만, 챗GPT를 일하는데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겐 유료 구독이 필수적인 상황이죠. 즉, 누군가의 ‘놀이’가 직간접적으로 챗GPT를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구독료 인상이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장 챗GPT를 유료로 구독하는 인구는 약 1500만명에 달하면 한국에서만 약 40만명이 유료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오픈AI는 최근에 가장 정교한 추론 모델인 ‘o3’와 ‘o4미니’ 모델을 출시했는데, 유료 구독자에게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오픈AI는 조만간 ‘o3’의 상위 버전인 ‘o3-프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인데, 이 모델은 한달에 200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하는 프로 이용자에게만 제공합니다.
결국 소득이 높은 사람이나 기업이 챗GPT 등 생성형 AI의 혜택을 더 보게 되며, 소득이 낮은 이들은 AI의 혜택을 적게 받는 기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커지게 될 우려도 존재합니다.
[“기술의 양극화”, 우리만의 AI가 필요해]
물론 중국의 ‘딥시크’처럼 한국만의 훌륭한 생성형 AI를 개발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듯 합니다. 하지만 당분간 한국형 AI는 쉽지 않는 상황에서, ‘지브리 이미지 생성’ 같은 유행이 정작 AI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비용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