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송전선
이제 코로나19에서 완연히 벗어난 모양새입니다. 사람들은 다시 ‘핫플’에 모여들고, 자영업자들은
모처럼 회복된 경기를 실감하며 분주히 움직이며, 가족들은 여름맞이 여행 상품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일상이 서서히 돌아온다는 실감이 나지요.
일상이 회복되는 만큼 에너지 사용량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과거 어느 때보다 큰 폭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2021년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해라고 해요.
우리나라의 경제도 서서히 회복되면서
전력 소비량이 코로나19 이전처럼 회복됐습니다. 게다가 날로
늘어나는 전기차를 비롯해서 다양한 분야에 정보통신기술이 활용되면서 전기를 사용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지요. 여기에
더해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고 에너지 수입선도 불안하다는 소식입니다. 특히나 이번 여름이
예년보다 더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관계 기관에서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요, 곳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곳에 제때 공급하기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전력망 곳곳을
잇는 전기의 고속도로, 송전선입니다.
<v:shapetype id="_x0000_t75" coordsize="21600,21600" o:spt="75" o:preferrelative="t" path="m@4@5l@4@11@9@11@9@5xe" filled="f" stroked="f">
<v:stroke joinstyle="miter">
<v:formulas>
<v:f eqn="if lineDrawn pixelLineWidth 0">
<v:f eqn="sum @0 1 0">
<v:f eqn="sum 0 0 @1">
<v:f eqn="prod @2 1 2">
<v:f eqn="prod @3 21600 pixelWidth">
<v:f eqn="prod @3 21600 pixelHeight">
<v:f eqn="sum @0 0 1">
<v:f eqn="prod @6 1 2">
<v:f eqn="prod @7 21600 pixelWidth">
<v:f eqn="sum @8 21600 0">
<v:f eqn="prod @7 21600 pixelHeight">
<v:f eqn="sum @10 21600 0">
<v:path o:extrusionok="f" gradientshapeok="t" o:connecttype="rect">
<o:lock v:ext="edit" aspectratio="t">
<v:shape id="그림_x0020_5" o:spid="_x0000_i1028" type="#_x0000_t75" style="width:450.75pt;height:276.75pt;visibility:visible;mso-wrap-style:square">
<v:imagedata src="file:///C:/Users/TETRA/AppData/Local/Temp/msohtmlclip1/01/clip_image001.jpg" o:title="">
전력 계통을 나타낸 그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변전소에서 전압을 높인 후 필요한 곳으로 보냅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다시 전압을 낮춰서 각각의 수요처로 공급합니다. ©KEPCO
대규모 발전시설은 산업시설이다 보니
보통 주거지와 거리를 둔 곳에 건설합니다. 그런데 생산된 전기는 주로 도시에서 사용되니 발전소에서 소비지까지
대량으로 전기를 보낼 통로가 필요합니다. 일종의 ‘고속도로’인 셈이죠.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용 송전선입니다.
전선은 도시 곳곳에 있는데 굳이 왜
전용 송전선이 필요할까요? 바로 ‘손실’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멀티탭에 전열기구를 연결해서 사용하면 멀티탭의
전선이 따끈해지곤 하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전기가 전선을 흐르면 전자들이 전선을 이루는 금속 원자와 부딪히곤 하면서 열을 내는 현상이지요. 전선이
전자를 잘 흘려보내지 않을수록, 전자가 많을수록 많은 열이 납니다. 비유하자면, 고속도로에 한꺼번에 많은 차가 몰려서 교통체증이 일어나 자동차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현상에 비유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보다 명절
귀성길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로에서 자동차의 연비가 급격히 나빠지듯, 전기 역시 전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양이 흐르면 에너지 손실이 생깁니다. 전선에서 나는 열만큼의 에너지를 전자가 잃는
것이지요. 따라서 충분하지 않은 용량의 전선으로 많은 양의 전기를 보내려면 필연적으로 소비지까지 보내는
도중 많은 양의 에너지를 잃고 맙니다. 이렇게 손실되는 전기는 아무 일도 못 하고 사라지는 에너지인
만큼, 발전체계의 효율을 크게 떨어뜨리지요.
그래서 발전소에서 만든 대량의 전기를
한꺼번에 보낼 때는 많은 양을 한번에 보낼 수 있는 대형 고속도로, 즉 전용 송전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 느린 차가 들어갈 수 없듯, 이런 전용 송전선으로
에너지 손실을 줄이려면 전자를 내보내는 힘인 ‘전압’을 크게
높여야 하지요. 그래서 송전선에는 늘 매우 높은 전압의 전기가 흐른답니다. 도서 지방을 제외한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장거리 송전용으로 154kV, 345kV,
765kV 세 가지 전압을 주로 사용합니다. 가정용 전기의 전압이 220V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높은 전압이지요.
이처럼 도시를 건설할 때 길을 내야
하듯, 발전소를 건설하면 그에 맞춰 송전선도 필요합니다. 다만
고속도로가 교통량이 많은 대도시끼리 연결에 주로 사용되고 교통량이 적은 지방도시끼리는 국도로 연결되듯, 송전선
역시 전선을 흐르는 전기의 양에 따라 다른 전압을 사용합니다. 당연히 용량이 큰 송전선일수록 높은 전압을
적용합니다. 765kV 체계는 국토를 가로질러 대량의 전기를 보내는 본격적인 고속도로 역할이고 345kV는 도시끼리 연결하는 간선도로 역할입니다. 대형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처럼 생산하는 전기의 양이 많은 발전소는 한번에 전달해야 할 전기의 양도 많고 멀리까지 보내야 하니 고압 송전이 꼭 필요합니다.
<v:shape id="그림_x0020_6" o:spid="_x0000_i1027" type="#_x0000_t75" style="width:330pt;height:469.5pt;
visibility:visible;mso-wrap-style:square">
<v:imagedata src="file:///C:/Users/TETRA/AppData/Local/Temp/msohtmlclip1/01/clip_image002.jpg" o:title="">
송전선은 전기의 ‘고속도로’에 해당합니다. 고압
송전선이 대규모 발전소와 대도시 및 산업단지의 변전소를 연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투뉴스
한편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소비지 가까이
여러 곳에 건설하는 형식의 발전소가 늘어나면서 송전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대규모 발전소보다 발전량은 적은 편이지만, 그만큼 여러 곳에 건설돼야 하기에 원자력과 화력보다 더 촘촘한
전력망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의 편차도 큰 편이라 실제 발전량이 아닌 설비용량, 즉 시설에서 생산 가능한 최대 전력량에 맞춰서 송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물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인근 소비지에 우선 공급해서 고압 송전선을 건설해야 할 부담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만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발전단지에는 여전히 규모가 큰 송전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최근의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확대하는 한편, 에너지 자원 수급 불안과 원전
시장 확대에 대비해 원전 계획 재개를 다시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력망 구축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대용량 송전선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안전성입니다. 높은 전압의 전기가
전선을 흘러가는 동안 나타나는 전자파나 자기장이 사람에게 해가 될 지 모른다는 우려지요. 여러 조사와
실험을 통해 송전선으로 인한 전자파 피해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라는 결과가 있긴 합니다만, 송전선이 건설되는 지역의 주민이 느끼는 안전은 또 다른 문제일 수 있으니까요.
<v:shape id="그림_x0020_2" o:spid="_x0000_i1026" type="#_x0000_t75" style="width:433.5pt;height:410.25pt;
visibility:visible;mso-wrap-style:square">
<v:imagedata src="file:///C:/Users/TETRA/AppData/Local/Temp/msohtmlclip1/01/clip_image003.jpg" o:title="">
송전선과의 거리에 따른 전자파(자계) 세기와 가전제품 비교. 송전탑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거리에 관계없이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 전기장판, 전자레인지보다 적습니다. 송전탑에서 80m만 떨어져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345kV와 154kV 송전선의
전자파는 냉장고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지요. © 한국전력
이에 전력회사들도 주민들의 걱정을 고려하여
송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송전선을 땅 속에 묻는 방식인데요, 미관상 좋을 뿐 아니라 지상에
전선이 노출되지 않아 안전하기도 하고 1m 이상의 깊이로 송전선을 매립하므로 전자파의 영향도 차단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지중화도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는
합니다. 우선 비용이 많이 듭니다. 가장 큰 비용은 지하용
송전선이지요. 일반적으로 지상 송전선에는 전선이 피복 없이 그대로 노출된 ‘강심 알루미늄 연선(ACSR)’이라는 전선을 사용합니다. 송전선은 먼 거리를 보내야 하는데 피복으로 일일이 감싸면 전선 가격도 비싸지는데다 지나치게 무거워져서 전선이
축 처지기 때문이지요. ACSR은 구리선보다 훨씬 저렴한 데다 잘 구부러지지 않아서 송전선에는 최적의
소재입니다.
<v:shape id="그림_x0020_7" o:spid="_x0000_i1025" type="#_x0000_t75" style="width:276.75pt;height:425.25pt;
visibility:visible;mso-wrap-style:square">
<v:imagedata src="file:///C:/Users/TETRA/AppData/Local/Temp/msohtmlclip1/01/clip_image004.jpg" o:title="">
지중화 송전선에 사용하는 XLPE. 두꺼운 피복으로 둘러싸여 전선을 보호하고 전기가 새어나가지 않게 합니다. © LS전선
그런데 지하에 송전선을 묻으려면 땅속의
수분 등으로 전기가 새어나갈 수 있으니 피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도 아주 두꺼운 피복으로요. 그래서 지중화 송전선에는 ‘XLPE(가교폴리에틸렌) 절연 케이블’이라고 하는 전용 케이블을 사용하는데, 피복이 두꺼워서 1m에 40kg에
이를만큼 무겁습니다. 당연히 전선 가격도 ACSR보다 훨씬
비쌉니다. 게다가 땅을 수m 이상 파서 묻는 공사까지 해야
하니 지중화 송전선은 지상 송전선에 비해 8~10배 정도의 건설비용이 더 든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비용이 많이 들어도 더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것이, 땅속에
설치한 송전선은 단선과 같은 이상이 생겼을 때 수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용이 들더라도 충실한 절연체계를 갖춘 장비를 적용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송전선 지중화도
필요성과 환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전력시설과 같은 대규모 공공 산업시설을 건설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합니다. 기술의 이점과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며, 인간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를 활용하는 것이 공동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전력 체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다양한 견해를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최적의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