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네거티브 빌딩, 사라 문화센터
- 목조 건축으로 탄소 저장·태양광으로 전력 생산·AI로 에너지 관리 -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고층 목조 건물
‘사라 문화센터’ 완공
2021년 9월, 스웨덴 북부 셸레프테오(Skellefteå) 지역에 75m 높이의 20층 건물 ‘사라 문화센터(Sara kulturhus centre)’가 들어섰습니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소설가 사라 리드만의 이름을 딴 이 건물은 노르웨이 브루문달(Brumunddal)에 있는 85.4m의 18층 건물 ‘미에스토르네(Mjøstårnet)와 오스트리아 빈 도시 외곽에 자리한 84m 높이의 24층 건물 ‘호호 비엔나(HoHo Wien)’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고층 목조 건물입니다.
▲ 2021년 완공된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고층 목조 건물 ‘사라 문화센터’의 전경. © Åke E:son Lindman
▲ (左) 미에스토르네 목조빌딩은 세계 최고 높이의 고층 목조 건물입니다. 목조가 주로 사용된 빌딩이기는 하지만,
건물 상층부 7개 층에는 목재 대신 콘크리트 슬라브가 사용되었습니다. 세계 초고층도시건축학회에서는 주기둥과
수평 보 등 구조물의 핵심 골격을 목재로 쓰면 나머지 부분은 다른 자재를 쓰더라도 목조 빌딩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 Moelven
(右)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목조 건물인 호호 비엔나는 목재와 철근 강화 콘크리트를 혼합하여 지은 하이브리드 건물로
건물의 약 75%는 목재이며, 건물을 지지하는 구조물만 철근콘크리트로 고정했습니다. 비슷한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과 비교할 때 총 2,8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합니다. 이는 자동차 한 대가 1,300년 동안 매일 40km
주행했을 때 발생하는 양이자, 오스트리아 시민 약 400명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입니다.
© Entwicklung Baufeld Delta GmbH • Impressum • Medien
사라 문화센터는 바닥에서 지붕까지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로, 셸레프테오시 반경 60㎞ 이내의 소나무와 가문비나무를 사용했습니다. 특수 목재인 구조용 집성재 ‘글루램(Glulam 또는 GLT·Glue-laminated timber)’을 사용해 건물 하중을 지지하는 기둥과 보를 만들었고, 건물의 벽과 바닥은 교차 적층 목재인 ‘CLT(CLT·Cross-laminated timber)’를 썼습니다.
‘나무로 고층 건물을 세운다’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 첨단기술인 글루램과 CLT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에서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글 자막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 Ted ☞ 영상 바로가기
목조 건축으로 탄소 배출 줄이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 생산하는
‘탄소 네거티브 빌딩’
‘사라 문화센터’는 시공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핵심은 ▲목조 건축으로 탄소 배출 절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 생산 ▲AI 기술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에 있습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1% 차지하는 건축,
이산화탄소 저장하는 ‘목재’가 해법될 수 있을까
최근 나무(wood)와 고층 빌딩(skyscraper)를 결합한 ‘우드스크레이퍼(woodscraper)’라는 용어가 새로 생겨날 정도로 ‘고층 목조 건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기후위기가 있습니다. ‘목조 건축’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1%를 차지하는 기존 철근 콘크리트 건축을 대신할 수 있는 ‘탄소중립 실현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죠.
▲ 건축 분야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1%를 차지하며 대부분이
철강, 콘크리트, 철, 유리의 생산에서 비롯됩니다. ⓒ Ted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목조 고층건물이 도시의 미래가 될 수 있다(Wooden skyscrapers could be the future for cities)’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거의 100억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중 3분의 2는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고 합니다. 도심지로 인구가 밀집되면서 자연스럽게 고층 건물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우리가 현재 고층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하는 재료인 콘크리트와 강철은 탄소 발자국이 너무 크다는 데 있습니다.
▲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서 인용한 한 연구에 따르면 125미터 높이의 고층 건물을 짓는 데
목재를 사용하면 건물의 탄소 발자국을 최대 75%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 The Economist
한편 목재는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지속가능한 건축’의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와 강철은 생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운송에 무겁습니다. 그러나 목재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콘크리트보다 가볍습니다. 예를 들어 CLT의 무게는 콘트리트의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CLT를 사용하는 건축은 작은 기중기와 토대로도 충분하며 건설 인력도 적게 듭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무는 자라면서 공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가둡니다. 벌목 직전까지 흡수한 탄소를 내뱉지 않고 온전히 담아두고 있는 나무의 특성을 이용해 온실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라 문화센터 역시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공사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하여,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공해, 폐기물을 대폭 줄였습니다. 또한 지역 목재를 사용해 재료 운반을 위한 트럭 배송 횟수를 평균치보다 90%가량 줄여 운반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줄였다고 합니다.
센터에 사용된 목재의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약 9,000톤에 달합니다. 이는 승용차 9,000대가 서울에서 부산까지(420km) 승용차로 약 8번 왕복할 때 배출되는 양이자, 우리나라 국민 약 640명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입니다.(2018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총 7억 2,760만 톤, 1인당 약 14톤)
고층 빌딩을 짓는 데 목재를 쓰는 것이 오히려 환경 훼손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건축 과정에서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나무를 쓰고 벌목한 만큼 나무를 새로 심는다면 오히려 숲의 건강성을 도울 수 있다고 합니다. 어린나무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왕성하게 흡수하며 자라지만, 다 자란 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습니다. 나무가 늙으면 각종 병충해에 약해지고, 주위 나무들까지 병들게 하기 때문에 일부러 ‘솎아베기’를 하고, 그 자리에 다시 어린 나무를 심으면 나무의 탄소 흡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목재는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가 적고 건물의 냉난방이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라 문화센터 역시 목조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이중유리로 감싼 구조로, 두 겹의 유리 사이로 공기를 순환시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합니다. 이러한 설계 구조 덕분에 기존 스웨덴 건물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약 25% 적게 들어간다고 합니다.
재생에너지로 건물 전력 자체 생산,
AI 기술로 인근 건물과 전력 공유
건물을 짓는 건축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냉난방 등 건물 유지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요, 실제로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건물 부문 탄소 배출은 전 세계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의 약 38%를 차지했습니다.
사라 문화센터는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통해 건물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AI heart(일명 ‘AI 심장’)’이라는 에너지 시스템 최적화 기술을 통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기존 스웨덴 건물보다 약 20% 낮췄습니다. 이 기술은 건물의 에너지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방문자 수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을 자동으로 조절합니다. 전기와 열이 더 필요할 때와 필요하지 않을 때를 알아서 학습하는 시스템인 것이죠. 그리고 센터에서 태양광을 통해 생성된 에너지 중 남은 에너지를 인근 건물로 보낼 수 있고, 반대로 센터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경우 이웃 건물의 잉여분을 받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사라 문화센터는 극장 6개, 도서관 1개, 미술관 2개, 회의실 1개, 호텔방 205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AP PHOTO
태양광 설비 외에도 사라 문화센터에는 두 가지 형태의 에너지 저장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수영장을 포함한 전체 건물의 몸체는 열층(thermal layer) 형태로 되어 있는데요, 예를 들어 한파가 예상될 때 난방을 조금 더 높게 잠시 작동한 후 이를 낮추거나 끄더라도 저장된 잔열에 의해 건물의 온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둘째, 건물 내 500KWh의 배터리를 갖춰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쉽게 말하면 남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것이죠.
이처럼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과 AI 기반 에너지 효율 향상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라문화센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5,631tCO₂eq)보다 ‘줄이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더 많은(-1만190tCO₂eq) ‘탄소 네거티브*’ 빌딩으로 등록되었습니다.
*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란 배출량 이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보다 한발 더 나아간 조치다.
이상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고층 목조 건물이자 ‘탄소 네거티브’ 건물인 사라 문화센터의 사례를 바탕으로, 건축 및 건물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을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 감축 사례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작성 :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디지털소통팀
※ 자료 출처
List of tallest wooden buildings, Wikipedia
Why we should build wooden skyscrapers(by Michael Green), TED2013
목재로 고층 건물을 만들 수 있을까요? - 스테판 알(Stefan Al), TED-Ed
Sweden’s innovative wooden skyscraper can capture 9 million kilograms of CO2, euronews
Sara Culture House – high-level sustainable construction with an AI heart, Smart City Sweden
https://smartcitysweden.com/sara-culture-house-high-level-sustainable-construction-with-an-ai-heart/
Sara Cultural Centre, among the world’s tallest timber buildings, ARCHIVIBE
Counting itself as one of the world’s tallest timber buildings, Skellefteå's Sara Cultural Centre offers a blueprint for a brighter future...(by Amelie Jones), We Heart 2022
Wooden skyscrapers could be the future for cities, The Economist
나무로 쌓아 올린 20층짜리 빌딩, 이산화탄소 9000톤 머금다(강지원 기자), 한국일보
[내 생각은/제해성]기후변화 완화하는 목조건축(제해성 아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동아일보
[시사기획 창] 쇠보다 강한 목재…24층 나무빌딩의 비밀(김진희 기자), KBS NEWS
나무로 지은 빌딩(김남주 글), 론리플래닛
혁신 국가로 변신 중인 ‘노르웨이’(김준래 기자), 사이언스타임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Ho Ho Wien
Mjøstårnet
https://www.moelven.com/mjosta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