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생 사업으로 탄소중립 성큼, 핀란드 헬싱키
- 2022년 에너지 세계일주➃ -
2022년 에너지 세계일주➀ 에너지 혁신에 도전하는 체코 프라하 2022년 에너지 세계일주 ② 스페인 마드리드 2022년 에너지 세계 일주 ③ 중세와 친환경 기술의 만남, 독일 하이델베르크 |
눈을 감고, 펼쳐진 세계지도 위에 손가락으로 찍은 도시 ‘헬싱키’로 떠난 미도리는 손님을 기다리며 매일 아침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합니다. 영화 <카모메 식당>은 작고 소박한 식당에 모여든 사람들의 따뜻한 사연에 맛깔스러운 음식이 더해져 잔잔한 위로가 되는 작품인데요, 일상의 여유와 활력이 느껴지는 영화 속 헬싱키의 모습은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카모메 식당>을 촬영한 헬싱키 시내의 로컬 식당은 영화를 본 이들의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wikipedia
영화로 친숙해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핀란드 남부 연안에 있습니다. 발트해에 위치한 다른 여러 무역 도시들이 번성하는 동안 작은 해안 도시에 만족해야 했던 헬싱키는 1800년대부터 발전을 거듭하게 됩니다. 핀란드의 유서 깊은 오보 왕립 아카데미(Åbo Kungliga Akademi)의 이전과 철도의 건설로 헬싱키의 유입인구는 점점 늘어나게 되는데요, 한때 빠른 도시화와 관광객 증가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헬싱키는 주민참여형 생태주거단지 조성과 탄소배출 저감 노력, 다양한 도시 재생 사업 등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헬싱키 도심에는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의 오래된 건물이 즐비합니다. Ⓒwikipedia
에코 비키(Eco-Viikki), 태양광 설치·열 회수 난방 등
‘제로 에너지 기술’ 도입한 핀란드 최초의 친환경 생태주거단지
헬싱키 국제 공항에서 45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에코 비키(Eco-Viikki) 지역은 헬싱키 중심부에서 동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오랜 기간 자연보전지구에 묶여 있던 곳으로 60년 넘게 대학의 연구시설과 농지만 있던 곳입니다. 1960년부터 도심의 신축 건축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헬싱키 시 정부는 주거 복합도시로 비키를 선택했습니다. 대규모 개발이 예상된 만큼 해안과 산림지대를 보존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거셌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헬싱키 시 정부의 전략은 ‘조화’ 였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주민, 환경 전문가, 공무원이 장기간에 걸쳐 의견을 조율했고, 신기술과 생태환경을 접목하여 핀란드 최초의 ‘친환경 생태주거단지’를 만들었습니다.
에코 비키의 서쪽은 고속도로와 강이 흐르고 동쪽은 산림지역, 남쪽은 습지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에코 비키는 1990년 계획 수립 후 설계 공모부터 건물 배치까지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진행되었습니다. Ⓒgoogle
헬싱키 대학의 비키 캠퍼스를 따라 에코 비키 지역으로 들어서면 마을 곳곳에서 태양광 패널을 볼 수 있습니다. 대학교 건물은 물론 연구실, 주택단지와 아파트까지 지붕과 베란다에는 패널이 부착되어 있는데요, 이 패널에서 생산한 전기는 아파트에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게 됩니다. 건물들은 모두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남쪽으로 지어져 있으며 외벽 끝에는 공기 순환으로 열 손실을 막아주는 환기·환풍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에코 비키를 걷다 보면 계획적으로 조성된 생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건물의 모양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태양광 발전 설비와 열 손실을 막는 표준 장치를 제외하고는 건축가가 주택의 외관과 위치에 맞는 제로 에너지 기술을 접목할 수 있게 해두었기 때문인데요, 건물별로 열 회수 장치, 순환 난방수를 이용한 바닥 난방 시스템 등 다양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에코 비키에서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부착된 아파트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는 전력의 약 25~30%를 태양광 발전 설비를 통해 충당하고 있습니다. Ⓒgoogle earth 스트리트뷰
탄소배출을 줄이는 최첨단 환승 시스템, 윔
헬싱키는 교통 수단을 소유에서 공유로 옮겨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통합교통서비스로 불리는 마스(Mobility as a Service, MaaS)를 적용한 윔(Whim)은 사용자에게 출발부터 도착까지 모든 이동 방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요, 헬싱키는 최단거리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통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자가용 대신 공유 자전거, 트램, 버스, 지하철 등을 타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실제 헬싱키 시내를 걷다 보면 자전거 대여소와 노란색의 시티 바이크(city bike)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구시가지를 이동할 때 택시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헬싱키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내린 후 어느 방향으로 나오더라도 500m 이내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관광객들은 편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google earth 스트리트뷰
화력 발전 지역은 ‘스마트 시티’로 변신
헬싱키 중앙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20분 정도를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 아라비안란타(Arabianranta)는 한적한 해안가 마을입니다. 헬싱키 최초의 공장이 들어섰던 이 지역은 도자기 산업이 하향세를 띠면서 쇠락한 공업단지로 남아 있던 곳인데요, 헬싱키 시는 이 곳을 예술과 최첨단 기술이 결합한 지역으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하나사리(Hanasaari) 화력발전소가 있던 칼라사타마(Kalasatama)도 첨단 ICT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시티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헬싱키 시는 2035년까지 순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화력발전소를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쇠퇴했던 이들 도시를 스마트 도시로 만드는 이유는 미래 경쟁력 때문입니다. 도시 네트워크화로 아파트와 사무 단지, 학교와 공공기관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민들은 제공되는 정보를 이용하여 공유 버스와 공유 자동차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지하에 쓰레기 집하관을 설치하여 쓰레기 분리 및 수거를 간편화했습니다. 주민들은 실시간으로 12개의 세부 항목으로 나뉜 전력 사용 현황을 제공받아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칼라사타마의 쓰레기 분리 시스템은 종이, 유리,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리하여 넣으면 진공 방식으로 처리시설까지 자동 집하 됩니다. Ⓒ chosun
헬싱키 시는 다양한 방식의 친환경 정책을 통해 도시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는데요, 다음 세대를 위한 탄소중립 기술이 헬싱키 주민들의 삶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지 그 미래가 기대됩니다.
* 참고자료
Smart City Living Lab 해외사례와 시사점_과학기술사회혁신포럼
핀란드 에코-비키를 통해 배우는 지속 가능한(sustainable) 개발_해외행정우수사례
발트해 환경협력의 성공 요인: 탈국경적 인식공동체의 역할_통일정책연구원
핀란드 Helsinki, Eco-Viikki 녹색성장 생태신도시 운영사례_국가환경산업기술정보시스템
헬싱키 수변 도시재생 계획안_Helsinki South Harbor Urban Regeneration Master Plan_대한건축학회
미래도시를 찾아서...세계의 친환경 스마트 도시_CESS 2020
MaaS, 소유에서 이동으로 교통을 혁신하다_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