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에너지 세계일주➀ 에너지 혁신에 도전하는 체코 프라하
▷ 2021.5월 ’2030 프라하 기후계획‘ 발표, 2022년부터 본격 도전 -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5% 감축 목표 - 재생에너지 확충, 가로등 LED 교체, 프라하시 운행 버스의 절반인 600대를 전기버스로, 4분의 1에 해당하는 300대는 프라하에서 생산된 재생가능 연료를 사용하는 저공해 버스로 교체, 대중교통 시스템 개편 등 |
프라하의 카를교 교탑에서 바라본 구시가지. 오른쪽 위에 프라하 성이 보입니다. 카를교의 교탑 전망은 프라하의 상징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 Shutterstock
체코 프라하는 ‘유럽여행 버킷리스트’하면 꼭 빠지지 않는 곳이죠. 과거 화려하던 시절 유럽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도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과 문화유산이 넘쳐나는 도시, 중부 유럽과 동유럽의 문화가 조화를 이룬 도시, 서양 건축의 박물관이라 할만큼 다채로운 건축물로 걷기만 해도 즐거운 도시, 이 모두가 프라하에 흔히 붙는 수식어입니다.
프라하의 상징물 중 하나인 시청의 천문시계. 프라하는 옛날부터 동부 유럽의 중심지로, 공업이 발달한 도시였습니다. © Shutterstock
이처럼 찬란한 과거 유산의 테마파크와도 같은 프라하에는 또 다른 면이 있습니다. 바로 동유럽에서 손꼽히는 공업도시라는 점입니다. 프라하는 근 1000년 동안 동유럽과 중부 유럽을 잇는 중심 도시였습니다. 일찍이 1085년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로서 발전해 왔으며, 1346년에는 잠시나마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이기도 했지요. 16세기부터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주요 세 도시 중 하나로서 19세기에 이르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최대의 공업 도시로 번성했습니다. 이러한 유산은 현대에도 이어져서 프라하는 유럽의 혁신도시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다양한 분야의 융합 산업이 발전했습니다. 여러 글로벌 기업이 프라하에 동유럽 지사를 설치하고 있죠.
프라하는 유럽 건축의 박물관으로 불리곤 합니다. 400년 전의 바로크부터 20세기의 아르누보까지 유럽의 거의 모든 건축양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산업 중심지로 기능해 온 프라하의 화려한 과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사진은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프레드 앤 진저 빌딩의 댄싱홀. © Vladimir Sazonov
이처럼 화려한 모습의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체코는 동유럽의 산업과 교통의 중심지였던 역사만큼이나 탄소배출량도 많은 국가입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체코의 전기 중 60%는 화석연료로부터 생산했을 정도니까요. 이 때문에 체코는 EU 회원국 중에서도 파리협정에 따른 탄소배출량 감축 부담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이전에도 프라하는 시 면적의 1/5은 200개가 넘는 공원과 녹지로 채워져 있을 만큼 ‘친환경 도시’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관광 요소에만 한정된 친환경이었습니다. 탄소배출량이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것처럼 실질적인 친환경이라기보다, 녹지 비율을 높여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가까웠지요. 물론 높은 녹지 비율이 대기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하겠지만 프라하를 포함한 체코는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느려서 탄소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곤 했지요.
프라하는 동부 유럽 교통의 중심지로서, 시내에 트램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트램은 프라하와 같은 오래된 유럽 도시가 자동차보다는 보행자 중심으로 발달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 Resul Muslu
그러나 체코는 프라하를 중심으로 에너지 혁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프라하시는 2021년 5월 ‘2030 프라하 기후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프라하가 탄소중립 도시로 거듭나 진정한 친환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담겼습니다. 궁극적으로는 2030년까지 프라하의 탄소배출량을 45%나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프라하시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프라하시는 에너지, 건물, 운송, 순환경제, 기후변화 대응의 5가지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원을 크게 확대해 석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프라하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약 2만 3,000채의 건물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해서 연간 2.3TWh의 발전량을 확보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한편, 프라하의 야경을 아름답게 수놓는 가로등을 LED로 교체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전동 스쿠터를 이용하는 프라하 시민. 대중교통 정기권으로 1인용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이 높습니다. © Shutterstock
교통의 중심지답게 운송 분야에서도 과감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현재 프라하 시내 대중교통의 중요한 한 축인 트램 교통망을 더욱 정비하는 한편, 프라하시에서 운행하는 버스의 50%인 600대를 전기버스로, 25%인 300대는 프라하에서 생산된 재생가능 연료를 사용하는 저공해 버스로 교체합니다. 여기에 더해 대중교통 시스템과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통합하여 자가용 자동차를 사용할 일 자체를 줄일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프라하시의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에서 운영하는 공유자전거를 하루 15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정류장에서 목적지까지 부담없이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중교통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프라하시의 변신은 향후 10년 동안 숨가쁘게 이어질 것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 프라하시는 도시환경과 주민생활 곳곳에서 친환경으로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라하시는 오랜 역사를 지녀서 선뜻 에너지 시스템을 개편하기 어려운 도시가 어떻게 프라이부르크의 보봉지구나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같은 계획도시처럼 친환경적인 도시로 변신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테스트베드가 될 것입니다. 비록 해외여행이 어려운 지금이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어 프라하를 다시 찾을 수 있을 때쯤이면 아름다운 과거를 간직한 프라하는 빛나는 미래도 함께 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