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션레인지,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요즘 가스레인지 대신에 인덕션레인지를 사용하는 가정이 점점 늘고 있죠? 관리도 쉽고, 열효율이 높아서 조리 속도까지 탁월한 데다, 가스 냄새도 나지 않아서 요리에 진심인 분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인덕션레인지는 열원(코일)이 자기장을 만들고 이 자기장이 상판에 있는 유리를 통과한 후 냄비 바닥에 있는 철이나 스테인리스 성분과 만나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열을 발생시킵니다. 그래서 냄비가 없으면 열이 나오지 않죠. 이 때문에 인덕션레인지는 화재나 화상 위험성 측면에서도 가스레인지에 비해 월등히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제품이에요.

물론 에너지원을 직접 이용하지 않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로 조리하는 방식이다 보니 가스레인지에 비해 최종 에너지 효율은 낮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원이 달라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2014년까지의 조사에서는 인덕션레인지가 가스레인지에 비해 사용 요금이 조금 더 나오는 것으로 조사되곤 했지요. 그러나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는 가스레인지에 비해 인덕션레인지는 기술 발전으로 효율이 좋아지다 보니, 요즘은 경제성으로나 편의성으로나 가스레인지보다 우수하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가스 배관을 별도로 할 필요가 없고 화력이 강해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부엌에서 연료를 연소할 필요가 없어 대기오염 성분이 적다는 점이 장점이지요. 인덕션레인지가 용기만 직접 가열해서 열손실이 적다는 점, 그래서 실내 온도 유지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덕션레인지가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점점 유리해지는 듯합니다. 무엇보다 전기를 사용하기에 가정용 전력관리시스템과 연계하여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도 있고 청정에너지원에서 전기를 얻는다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도 있어서 꾸준하게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편리한 요리도구인 인덕션레인지, 가스 대신 전기를 사용하기에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에너지 관리에 유리하지요. 하지만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만큼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답니다. © Dacor

그러나 인덕션레인지 구입을 고민 중이라면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인덕션레인지의 에너지 효율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요리가 가정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활동 중 하나다 보니 소비하는 전력도 만만치 않거든요. 인덕션레인지 2구를 이용해 조리를 하면서 동시에 세탁기를 돌리다 과전류로 차단기가 내려가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요. 그렇다면 인덕션레인지는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전기를 사용하는 걸까요? 그리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요?

인덕션레인지에 붙어있는 에너지 소비효율 스티커를 보면 화들짝 놀랄 정도로 온통 붉은색인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품이라는 뜻이겠죠? 10단계로 화력을 조절하는 인덕션레인지라면 최대 화력일 때 약 2,000W 정도 전력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2구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최대 화력으로 요리하면 총 4,000W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전기 먹는 하마’로 잘 알려진 빨래건조기가 보통 소비전력 1,400W(17kg 용량일 경우)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전력 소비량이 정말 크지요.

전기레인지의 화구별 출력. 인덕션레인지 한 화구당 1.5~2kW에 달합니다. © 넥스트데일리

보통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2구 인덕션레인지는 2,000W를 넘기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별도 전기공사 필요 없이 일반 전원에 연결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물론 고전력 제품을 한꺼번에 여러 대 가동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어야겠지요. 

그러나 수입 인덕션레인지나 3구 이상 제품은 전기공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품 인덕션레인지로 유명한 ‘디트리쉬 3구 인덕션레인지 DPI-7572W’의 경우 전체 전력이 무려 7,400W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벽 콘센트는 16A-250V인 경우가 많은데요. 계산해보면 16A x 250V로 4000W 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래된 집인 경우 10A-220V나 10A-250V 인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잘 살펴보고 사용하시면 좋겠네요. 좋은 수입 인덕션레인지를 비싼 비용을 들여 구매했는데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멀티탭을 이용해서 여러 전열 기구를 함께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건 이미 알고 계시죠? 다만 거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멀티탭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반드시 고용량 멀티탭을 이용하세요. 

그런데 멀티탭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소비전력인 높은 3구나 수입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차단기가 내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일까요? 이는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 라인 중 한 개 라인에 소비전력인 높은 전자기기가 한꺼번에 물려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꺼비집이라고 불리는 세대분전함차단기를 보면 메인차단기와 그 오른쪽에 몇 개의 분기차단기가 달려있는데요. 이 분기차단기에 적혀있는 허용량을 유심히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분전반’이라고 부르는 세대분기차단기. 왼쪽에 노출된 큰 스위치는 세대 전체에 들어오는 전기를

제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른쪽 여섯 개의 스위치는 사용하는 분전회로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용도별로 회로를 나누어 각각을 따로 켜고 끌 수 있습니다. 보통 대용량 빌트인 인덕션레인지를

설치할 때, 차단기를 열고 전기 작업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하나전기

일반 가정집이라면 보통 메인 차단기가 30A~40A짜리고 분기차단기가 20A를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한 라인에 5,000W가 넘는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거의 차단기가 내려간다고 보시면 되는 거죠. 집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 중 소비전력이 높은 제품은 에어컨, 오븐, 에어프라이어, 빨래건조기,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이 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소비전력이 높은 제품은 주로 주방 근처에 다수 몰려있죠. 세탁기와 빨래건조기가 있는 다용도실도 주방 근방에 위치해서 주방과 같은 라인의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인덕션레인지와 건조기 같은 걸 동시에 돌리면 냉장고 까지 더해져서 차단기가 ‘뚝’하고 떨어집니다.

그러니 ‘우리 집은 두꺼비집이 왜 이렇게 자꾸 떨어져?’라면서 관리사무소 직원을 불러 항의하시기 전에 집안 전자기기 배치를 먼저 고민하는 게 좋겠습니다.. 요즘은 인덕션레인지를 주문하면 설치 과정에서 가정 내 배선까지 조정해주는 곳도 많습니다. 가정에 들어오는 선 중 하나를 아예 전용선으로 빼서 다른 제품에 영향이 가지 않게 하기도 하지요. 가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점점 전기로 단일화되는 시대인 만큼 인덕션레인지 관리에도 신경써야 할 때입니다. 아무리 좋고 편리한 제품이라도 제대로 알고 써야 유용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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